금혼식-비스와바 쉼보르카
금 혼 식
비스와바 쉼보르카
언젠가 그들은 완전히 별개의 존재였고,
물과 불처럼 확연하게 구별됐었다.
서로 다른 점을 맹렬하게 공격하고픈 열망을 간직한 채
뺏기고 빼앗기를 반복하면서.
아주 오랫동안
그둘은 서로를 꼭 끌어안고서,
내 것이 네 것이 되고, 네 것이 내 것이 되었다.
한때 찬란히 작렬하던 번개가 자취를 감추고 난 후
서로의 품 안에서 투명한 공기가 될 때까지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꼭 끌어안고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해답이 주어졌다.
어느 고요한 밤, 그들은 어둠 속에서, 침묵 속에서,
서로의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성별의 구분 따위는 점차 희미해지고, 비밀은 전부 불에 타버렸다.
흰 바탕 위에서 모든 빛깔이 자유롭게 섞이듯
공통된 성향 안에서 상반되는 기질들이 어우러졌다.
둘 중에 누가 두 배가 되고, 누가 사라져버렸는가?
두 사람 몫의 미소로 웃음 짓는 것은 누구인가?
누구의 목소리가 두 개의 음성으로 갈라졌는가?
둘 중에 누가 동의했기에 고개를 끄덕이는가?
손가락을 입가에 가져가는 건 누구의 의지인가?
누가 누구의 살가죽을 벗겼는가?
누가 살아 있고, 누가 죽었는가?
서로의 손금이 복잡하게 얽혀 있으니, 누구의 손인가?
오랜 심사숙고 끝에 마침내 쌍두이가 태어난다.
서로를 향한 친밀감, 그것은 가장 위대한 어머니.
둘 중 누구도 자신의 쌍둥이 아이들을 구별하지 못한다.
누가 누구인지 가까스로 기억해낸다.
금혼식 날에, 이 기쁜 날에,
그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이
창가에 앉은 비둘기를 바라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