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원의 태극권 이야기 [18]
제 18부 공자와 태극권
얼마 전 아는 분과 함께 담소를 하다 과유불급(過猶不及)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 내용이야 직역하면 모두가 아는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라는 뜻이다. 그분이 하시는 말씀이 서관장님은 중국통이시니 누구의 말씀이며 원전이 무엇이고 그 유래가 어떻게 되냐고 물으신다. 나는 논어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유래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답을 하였다. 그 분은 웃으시며 정말 좋은 이야기는 공자님이 다하신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집에 와서 지식인을 검색해보니 논어의 선진편에 나오는 이야기였다. 혹시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 검색 내용을 옮겨 본다.

(공자님 초상화)
과유불급(過猶不及)
논어 선진편(先進篇)에 나오는 말로,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사(師:子張의 이름)와 상(商:子夏의 이름)은 어느 쪽이 어집니까?” 하고 묻자 공자는 “사는 지나치고 상은 미치지 못한다” 고 대답하였다. “그럼 사가 낫단 말씀입니까?” 하고 반문하자, 공자는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過猶不及)”고 말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과유불급이란 말이 실제로 사용될 때에는 사전적인 의미보다 좀 더 적극적인 해석으로 ‘지나친 것은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 혹은 ‘지나친 것보다 모자란 것이 낫다.’ 라고 쓰이는 것 같다. 나는 문득 바로 공자님 말씀인 이 과유불급을 인용하여 태극권을 가르치던일이 생각났다. 태극권 수련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소개하고자 한다.
(중국 산동성 곡부에 있는 공자님 사당)
몇 해 전 총회도장에 태극권 책을 보고 1년 정도 태극권을 독학하신 분이 등록을 하셨다. 살던 지역에는 태극권 도장이 없어서 책을 보고 독학을 하셨단다. 이제 서울로 전근을 왔기 때문에 제대로 태극권을 배워 보고자 도장에 나오게 되었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분과의 첫 수업 시간에 무극장을 가르쳤다. 나는 먼저 그 분께 그동안 수련하신대로 한 번 무극장을 서보시라고 하였다. 그 분은 자신있게 무극장을 서신다. 무극장을 선 상태를 살펴보니 그런대로 잘 서신다. 그러나 등을 지나치게 둥글게 하여 힘이 들어 간 것 같아 등을 약간 펴주며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하라고 하였다. 그러자 그 분은 갑자기 일어서며 "무극장은 태극권을 오랫동안 수련한 분에게 직접 배운 것이다. 가르친 분께서 말씀하시길 함흉발배가 되어야 기침단전을 이룰 수 있다고 하셔서 등을 둥글게 한 것인데 무엇이 문제가 되느냐?”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신다. 그리고 문헌에서도 분명히 등을 둥글게 가슴은 오목하게 하여야 함흉발배(涵胸拔背)가 이루어진다고 써있는데 혹시 관장님이 잘못 알고 계시는 것은 아니냐며 오히려 반문을 한다.
나는 공자님 말씀인 과유불급을 인용해서 그 분을 이해시켜드렸다. 등을 의식적으로 과도하게 구부리게 되면 오히려 가슴 부근이 수축되어 답답해지게 되며 호흡에도 문제가 생기고 몸도 굳어지게 된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함흉이 되면 발배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고 설명을 드려서 그분을 이해시켰다.
함흉발배에 대해서는 총회 교재(太極拳 理解)중 전육재 노사의 좋은 글이 있어 초심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좀 더 소개해본다.
-사람들이 함흉을 실제로 하는 방법은 가슴을 넣거나 들어가게 하거나 심지어는 의식적으로 어깨를 앞으로 나오게 하고 등을 둥글게 하기도 한다. 이것은 큰 오해다. 함흉의 원뜻은 가슴의 긴장을 풀어 가슴의 외형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의념으로 가슴을 여유있게 함으로써 기의 운행이 좋아지고 기침단전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발배의 背(배)는 흉복부의 반대에 있는 등의 뜻이 아니고 척추를 의미한다. 발배의 목적은 척추에 힘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척추를 바르게 해서 미저골과 상하 일직선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 발(拔)의 뜻은 높인다, 뺀다의 뜻이다. 즉 등을 위로 높이는 것이다. 요약 정리하면 함흉발배는 입신중정(立身中正)을 위한 몸가짐의 세부요구다.-
그 분은 2년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마치시고 다시 지방으로 내려가셨다. 내려가시기 전 식사를 같이하면서 그동안 배운 태극권을 주제로 담소를 나눴다. 그 분께서는 태극권을 처음 접하는 초심자들이 책을 보고 수련을 하는 것은 어렵기도 하지만 자기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는 이야기도 피력하셨다. 그리고 관장님께 많이 배우고 내려간다며 고마워하셨다. 지금도 가끔 서울에 오시면 총회도장에 들리신다.
이런 경우는 이 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 역시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 진가구를 방문해서 진소성 노사께 수련을 받을 때다. 나는 그동안 내가 수련한 태극권을 선생님께 보여드렸다. 나의 수련 모습을 보시던 선생님께서 다가오시더니 나의 허리를 거의 못쓰게 하신다. 나는 예전 태극권선생님들께서는 허리를 사용해야 한다고 가르쳤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문헌에서도 허리를 사용해야 한다고 나와 있는데 왜 선생님께서는 허리를 못쓰게하냐고 반문을 하였다.
( 중국 하남성 진가구에서 진소성노사께 태극권을 지도받는 모습)
선생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며 "당연히 허리를 사용한다. 그렇지만 너는 너무 허리를 과하게 쓴다."고 설명을 하신다. 그리고 허리를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나타나는 여러 문제점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 나의 경우는 허리를 과하게 틀어서 고관절과 허리의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하시며 이해시켜 주셨다.
그러나 한 번 익숙해진 동작을 수정하는 것은 정말 힘든 과정을 거쳐야만 고쳐진다. 그 후 꽤 오랜 시간 동안 진소성 선생께서는 수련 중에 중국어로 “이디엔, 이디엔” (조금만,조금만) 이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이것이 습관이 되셔서 그런지 지금도 진소성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새로운 것을 가르치시거나, 태극권 요결을 설명하실 때 먼저 손가락을 펴시며 “이디엔, 이디엔” 하신다.
이천 오백여 년 전 공자님이 하시던 말씀이 현재 살아가는 나에게 직접적으로 와 닿는 순간이다. 지나친 것은 오히려 모자람만 못한 것이다. 공자님의 말씀인 과유불급(過猶不及)은 태극권을 수련하는 우리들에게는 귀담아 들어야 할 중요한 태극권 요결 중의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