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게이트'
'이용호 게이트'
‘이용호 게이트’가 나라 전체에 벌집을 쑤셔놓은 듯하다. 그의 대외 직함은 지앤지(G&G) 그룹 회장이다. 그는 600억원대 횡령 및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됐다. 광주에서 건설회사 부도를 내고 상경하여 단기간에 1천억원대 재산을 모았다. 주가 조작, 부당한 M&A(기업인수합병), 전환사채(CB) 빼돌리기 등 못된 짓을 가리지 않았다. 그는 주식 거래의 귀재가 아니라 검은 거래를 앞세워 경제질서를 교란하며 치부한 범죄자이다.
그가 갈퀴로 쓸어담듯 떼돈을 벌어모을 때 우리 경제는 침체의 깊은 수렁으로 빨려들었다. 기업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주식시장은 얼어붙고 실물경제는 위축됐다. 이용호는 이 경제난을 돌파하려 했던 중소기업과 개인투자자들을 짓밟고 농락하며 치부의 길로 치달았다. 1천억원이나 끌어모은 그의 재산 이면에는 기업을 억울하게 헐값 처분했거나, 주식으로 돈을 날려 절망에 이른 선량한 시민들의 눈물과 한탄이 깔려 있을 것이다.
경제질서를 교란하고 자금 흐름을 왜곡한 그의 마각이 언제까지나 가려질 수는 없었다. 국세청은 G&G그룹 계열사인 KEF전자의 장부 조작과 횡령 사실을 진작 확인했다. 금융감독원은 G&G그룹 계열 2개사의 주가조작 혐의를 통보받았고, 이용호의 삼애인더스가 보물선 가치를 뻥튀기 하여 주가를 조작, 유가증권 공모를 했던 것 또한 몰랐을 리가 없다. 그런데도 경제 사정기관들은 이 엄청난 사기행각을 단순사건으로 가볍게 처리했다니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 것일까?
국세청과 금융감독원이 어떤 곳인가? ‘이기붕씨 집에 불을 지르는 심정’으로 성역없는 세무조사를 한다는 국세청이다. 그런데도 세금계산서 장사꾼과 거래한 KEF전자에 대해 특별세무조사를 굳이 외면했다. 당시 안정남 국세청장의 상사 출신인 모 세무사가 로비창구였다는 의혹이 그래서 따른다. 금융감독원 역시 증권거래소의 주가조작 통보를 받고도 차일피일 조사를 하지 않고 미뤄온 것 등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될 수 없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서론에 불과하다. 검찰은 600억원대의 주가조작과 횡령 혐의로 긴급체포한 이용호를 하루만에 풀어주었는가 하면, 2개월 후 무혐의처리 후 사건을 아예 종결했다. 한 트럭분의 수사자료와 14명이 붙잡혀 들어온 사건도 서울지검 특수부는 교통법규 위반자보다 더 가볍게 처리했다. 상식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이해될 수 없는 일이 검찰 핵심부서에서 이뤄졌으니 그 배후의 더 막강한 권력층, 또는 정치실세의 외압이 의심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희한한 사건이다보니 하루하루 드러나는 관련 삽화(?)들도 상상을 절하게 한다. 지금 시중에는 “전화 한 통화에 1억원”이라거나, “두달 치 월급이 6,666만원”이란 말이 시니컬하게 나돌고 있다. ‘옷로비 사건’으로 법무장관에서 물러난 전 검찰총장 김태정씨가 변호사 선임계도 내지 않고 이용호사건을 맡아 서울지검장에게 전화 한 통화를 했다. 그것으로 1억원을 받았으니 전화 한 통화가 1억원인 셈이다. ‘옷 로비’ 망령이 여기서 되살아난다.
신승남 검찰총장 친동생이 G&G그룹 계열사 사장직과 함께 두달치 급여와 스카우트비로 6,666만원을 받았다는 데서 이 사건은 절정을 이룬다. 일가친척 돈을 말아먹고 사업 부도를 내 신용불량자가 된 인물을 5천만원을 들여 스카우트했다는 자체가 넌센스다. 그러나 신용불량자도 검찰총장 동생이므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겠다는 이용호의 사기꾼적 판단의 결과다. 조직폭력 두목 출신에게 100억원을 뿌리고 다니게 했으니 어찌 정관계의 전방위적 로비가 없겠는가.
희대의 사기꾼과 공직자, 권력층이 뒤엉켜 벌인 도깨비 깨춤은 우리를 절망케 한다. 공직자, 권력층의 부패 행위는 국민에게 정신적 테러를 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서민들은 온갖 역경에도 나라에서, 관청에서 시키는대로 고분고분 순응해 왔다. 때로는 억울하고, 때로는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법과 질서를 지킨 것은 물론이다. 그 대가가 공권력이 보여준 더러운 탁류와 오물이라니 기가 막힌다. 이 참담한 권력의 배신 앞에 무슨 말인들 위안이 될 수 있겠는가.
[2001/09/2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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